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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黨은 野黨다워야… ‘정권 2중대’로 가는 것처럼 비쳐선 안 돼”

[최보식이 만난 사람]
국회를 떠난 ‘보수 여전사’… 이언주 前 의원

지난 금요일, 자신의 임기 마지막 날에 이언주(48) 의원을 만났다. ‘낙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부산에서 막 올라온 것이다. 총선 전에 넘쳐나던 기백은 간데없었다.

“정치란 권력을 획득해야 뜻을 실현할 수 있는데, 좌절이 되지요. 제게 붙은 ‘보수 여전사’라는 강한 이미지 때문이었나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보수 여전사’로 비쳤다는 것에 대해 후회가 드나요?

“보수 여전사는 진정한 내 모습이지요.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관계에서 더 유연하지 못하고 포용력이 부족했어요. 정치적 처신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落選의 예감

그녀는 부산 남구을에 출마해 여당 후보에게 1430표 차로 졌다. 자정 넘어 개표한 관외(管外) 사전 투표에서 여당 몰표가 나왔다고 한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는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도 안 돌렸어요. 이번에 떨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선거를 해본 사람은 감이라는 게 있습니다.”

―무얼 보고 그렇게 느꼈지요?

“이번처럼 준비가 안 된 채 선거를 치른 적이 없었어요. 공천 문제를 또 입에 올리기는 싫지만, 당초 얘기가 됐던 부산 중·영도 선거구 공천이 불발된 뒤 남구을에 나가게 됐어요. 그쪽 지리도 모르면서 덜러덩 간 겁니다. 선거까지 주어진 시간은 딱 3주였어요.”

―부산 지역이고 이언주의 지명도가 있으니, 당선 예상을 더 많이 했는데.

“이쪽 주민들은 ‘영도에 못 가고 밀려서 여기에 왔나’라는 반응을 처음에 보였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이언주는 나라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이 얼마간 먹혔어요. 하지만 이는 공중전(戰)에서 그랬고,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 선거입니다. 지역구 내 각종 모임 조직과 접촉하고 주민들과 대면하지 못하면 이기기 어려워요. 소통이 좀 이뤄지려고 할 때 사전 투표 날이 됐어요.”

―당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어요. 김형오 공관위원회는 공천 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인상을 줬어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이기는 공천을 못 했어요. 경쟁력과 지명도 있는 사람들은 험지(險地)에 가야 한다고 했어요. 이게 과연 맞는 논리인가요. 전혀 연고가 없는 곳으로 출마시켰어요. 문재인 정권에 맞서 그동안 열심히 싸워온 사람들은 결국 선거에서 다 졌습니다. 40대 이하 젊은 후보들도 한 명도 못 살아왔어요.”

―이제 지나간 얘기가 됐고, 선거 부정설이 확산되면서 이 의원도 투표지 증거 보전 신청을 한 것으로 들었는데?

“전자 개표기가 표를 잘못 인식하는 장면, 신권 다발처럼 빳빳한 사전 투표지, 전표처럼 붙은 사전 투표지, 빵 상자에 담긴 투표지 등의 동영상과 사진을 봤어요. 선거 부정의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국민은 의혹도 제기할 수 없습니까. 지금까지 나온 사례들을 보면 선거 관리 부실만은 명백합니다.”

―이 의원 측 참관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개표 현장을 지켜봤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조작이 있었다고 보나요?

“처음에는 저나 참모들도 ‘설마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고 했어요. 하지만 선거 데이터 분석 통계나 여러 의혹 사례를 보면 뭔가 문제는 있습니다. 조작까지 갔다는 뜻은 아닙니다.”

―재검표를 위한 증거 보전 신청을 한 것은 조작을 의심한다는 뜻 아닌가요?

“어느 날 유권자들이 ‘후보 서명이 필요하다’며 증거 보전 신청서를 들고 찾아왔어요. 이들이 더 안타까워했습니다. 국민 사이에 이렇게 의혹이 확산되고 있으면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선거 때마다 투·개표 조작 의혹 제기는 늘 있어왔어요.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 관리를 맡겼는데 선관위가 엉망으로 한 겁니다. 선관위는 이런 의혹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자기 잘못을 사과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의혹 제기를 거짓 선동으로 몰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으로 겁박했어요.”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보도 자료를 내고 투·개표 과정도 공개 시연했는데?

“국민은 그런 보여주기 시연이 아니라 서버나 전자 개표기의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는 겁니다. 공개 시연 현장에 의혹을 제기해온 유튜버나 컴퓨터 전문가들의 입장을 막은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선거 관리에는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하는 겁니다. 선관위가 이렇게 신뢰를 잃으면 앞으로 선거 결과를 누가 믿겠습니까.”

―소송이 제기된 선거구의 재검표가 이뤄지면 논란이 얼마간 매듭되겠지요. 이번 계기로 선관위의 독립성 확보 방안이나 사전 선거 제도 존폐(存廢), 투표지 관리 방식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으면 합니다.

“이는 조작의 사실 여부를 떠나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제가 낙선자여서 말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자신들을 찍어준 보수 성향 국민이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는데 통합당은 공식 논평 한번 안 내놓았어요. 과연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입니까.”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보수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말자”고 했어요. 그는 과거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에도 정강 정책에서 ‘보수’를 빼자고 했던 적이 있었지요.

“우리 사회에서 ‘보수’라는 용어는 상대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방편인지 모르겠으나, 통합당이 보수 가치와 철학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사실은 바뀔 수 없습니다.”

보수 정당의 비겁함

―’보수’라는 용어조차 못 쓰겠다면 통합당은 공개적으로 중도나 진보 정당을 표방해야지요. 총선 패배 뒤 당내에서는 “보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가치”라는 말도 나왔어요. 미국 공화당과 유럽의 우파 정당도 낡은 가치를 신봉하고 있다는 것인데?

“보수의 핵심 가치는 개인의 자유,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의무와 헌신입니다. 역대 보수 정권은 이런 보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측면이 있습니다. 보수 정당치고 보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거나 설파한 적 없습니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진정성 있게 싸운 적도 없습니다.”

―보수 가치가 낡은 게 아니라 그동안 보수 정치 세력의 모습과 태도가 문제였던 것이지요.

“보수는 힘 있고 가진 이들을 대변하는 기득권 정치 세력으로 비치게 했습니다. 보수 정당에는 가치·철학·역사관만 없는 게 아니라 동지애도 없습니다. 비겁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보수 정당 분위기에서 제가 계속 정치를 해낼 수 있을지 회의가 많습니다.”

―통상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정체성 강화론’과 ‘중도 확장론’을 놓고 내부 논쟁이 붙습니다. 지금 통합당은 후자를 택한 것 같습니다. 일부 의원은 시대 흐름인 진보 가치에 올라타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이 때문에 보수 성향 국민 중에는 통합당에 대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갖게 됐습니다.

“정당의 가치나 지향은 선명해야 합니다. 자신의 중심을 분명히 잡고 외연 확대를 해야 합니다. 물론 유연해야지요. 하지만 애매모호하고 기회주의적인 것과는 다릅니다. 보수 정당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걱정하는 절반의 국민들이 기댈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현 정권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주자, 통합당에서는 이보다 훨씬 강력한 ‘기본 소득’ 카드를 내놓으려고 하는데?

“기본 소득 논의는 중간 전달 체계에서 복지가 새는 것을 막고 국민에게 직접 주자는 것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청년수당, 육아수당, 노인기초연금 등이 있고, 유치원에 보내도 돈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모두 복지비용입니다. 산재된 복지제도를 없애고 한 달에 얼마씩 직접 주자는 게 기본 소득입니다. 효율성에 근거한 우파적 논의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기존 복지 체계를 그냥 두고 기본 소득을 덧붙이려는 데 있습니다.”

―일률적인 기본 소득을 할 경우 정작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는 복지 혜택이 줄어들 수 있겠지요.

“스위스에서도 부결시켰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샌 줄 모른다고, 유럽에서 했던 논의 과정과 고민을 알지 못하고 그냥 베끼고 있습니다. 표 얻는 게 아무리 다급해도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동조해선 안 됩니다.”

―총선 패배 뒤 문재인 정권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발목을 잡았다는 당내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런 부정적 평가에는 당신이 책임져야 할 몫도 있겠지요.

“이는 여권이 써왔던 공격 방식입니다. 여당의 논리로 내부를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야당은 반대하는 정당의 역할이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는 시끄러웠지만 결과적으로 야당이 얻은 것은 없었어요.

“싸움을 정교하게 못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보수 정당은 반대를 할 때 정치 철학과 가치로 한 적이 없어요. 가령 ‘패스트트랙 3법’을 막으려고 할 때 왜 이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한 적 없어요. 정치에는 상대가 있기에 우리 가치를 관철할 수 없다면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조항을 바꾸게 하는 타협안을 내었어야지요.”

野黨의 죽음

―작년 가을 조국 장관 임명 반대를 위해 여성 의원으로서 삭발을 감행했고, 그 뒤 ‘나는 왜 싸우는가’를 출간했지요. 그때를 돌아보면 어떤가요?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는 똑똑한 야당을 해야 합니다. 아무 철학 없이 막무가내로 싸우는 것도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아예 싸우지 말자는 소리를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협력, 협조’라는 말을 많이 꺼내고 있어요. 현격한 의석수 차이로 훨씬 어려워진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협력할 것에 협력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수 정당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은 그런 얘기를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현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거냐, 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느냐를 시원하게 말해줘야지요. 야당은 야당다워야지요. 2중대로 가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됩니다. 그건 야당의 죽음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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